안녕 세계

오늘 블로그를 처음 만들었다.

사실 "블로그를 만들어야지" 하고 생각한 건 몇 년 전부터였다. 매번 "이번 주말에는 꼭" 하고 미뤘고 — 그러다 보니 지금이 됐다. 결국 어느 날 그냥 앉아서 시작했고, 몇 시간 만에 여기까지 왔다.

막상 만들고 나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오래 미뤘던 일이 하루 만에 끝났다는 사실이 허탈하기도 했고, 뿌듯하기도 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진작 하지 않았을까.

첫 글은 가볍게. 콘텐츠가 어떻게 보이는지, 한글이 어떻게 읽히는지 확인하는 용도다. 그런데 쓰다 보니 자꾸 말이 길어졌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손가락이 먼저 풀리는 것 같았다.

왜 만들었나 🌱

여러 번의 시도가 있었다.

한때는 미디엄을 썼다. 글을 올리고 몇 분 뒤에 사라지는 통계 숫자와 알고리즘이 싫어서 떠났다. 그다음엔 노션 페이지를 공개해놓고 써봤다. 관리가 편했지만 — 내 글이 내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계속 남았다.

결국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남의 플랫폼 위에 지은 집은 언젠가 무너진다. 정확히는, 남이 결정한 방향대로 끌려간다.

그래서 직접 지었다.

HTML과 CSS와 마크다운만으로. 프레임워크 없이. 화려한 기능 없이. 그냥 — 글이 잘 읽히는 것. 그게 전부였다.

프레임워크에 대한 고민 🤔

사실 처음엔 Astro로 시작했다.

좋은 도구였다. 빠르고, 잘 만들어져 있고, 커뮤니티도 탄탄했다. 실험적으로 몇 시간 써봤는데, 금방 적응했다. 그런데도 — 어딘가 마음이 불편했다.

왜였을까 생각해봤다. 결국 답은 단순했다. 이 블로그를 10년 뒤에도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프레임워크는 바뀐다. 메이저 버전이 올라가면서 API가 달라지고, 문법이 달라지고, 의존성이 쌓인다. 그때마다 나는 블로그를 손봐야 한다. 그게 싫었다.

HTML과 CSS는 30년 전의 문법이 지금도 그대로 돌아간다. 마크다운은 15년 전에 만들어진 명세 그대로 쓰인다. 웹이 바뀌어도, 이것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vanilla를 선택했다. 의존성 6개. 전부 빌드 타임에만 쓰이고, 브라우저로는 아무것도 보내지 않는다. 이상적이었다.

문단과 줄바꿈 ✍️

한글은 영어와 호흡이 다르다.

한글 한 글자가 차지하는 가로 폭은 영어 한 글자보다 훨씬 넓다. 그래서 한 줄이 길어지면 — 눈이 줄을 따라가는 데 피로를 느낀다. 영어에서는 자연스러운 길이가 한글에서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일부러 짧게 끊어 쓴다.

지금처럼.

한 문장에 하나의 생각만 담으려고 노력했다. 여러 생각이 쉼표로 엮여 있으면, 읽는 사람이 머릿속에서 다시 끊어내야 한다. 그 일을 글쓴이가 대신 해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문단 사이 여백도 중요하다. 너무 빽빽하면 숨이 막힌다. 조금 비워둬야 — 눈이 쉰다. 글도 쉰다. 독자도 쉰다.

그리고 한 줄짜리 문단도 의외로 힘이 있다.

이런 식으로.

짧은 문단 하나가 앞뒤 문단 사이의 리듬을 바꿔준다. 음악에서 쉼표가 박자를 살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이미지 📷

원격 이미지 하나:

풍경 사진

이미지 밑에 캡션이 없어도 — 문단 사이의 여백 덕분에 자연스럽게 숨이 트인다. 글만 빽빽한 블로그가 피곤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로컬 에셋도 잘 불러오는지 확인해봤다:

로컬 테스트 패턴

이미지는 글의 흐름을 끊는 역할을 한다. 그게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한 문단을 읽고 숨을 고르고 싶을 때 이미지가 나오면 좋다. 하지만 생각이 한창 이어지는 와중에 이미지가 나오면 — 흐름이 끊어진다.

그래서 이미지는 섹션 사이에 넣거나, 확실히 전환이 필요한 지점에 넣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인용문 📖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가장 좋은 코드는 없는 코드다. 네가 쓰는 모든 줄은 디버깅해야 하고, 이해해야 하고, 누군가 읽어야 한다.

— 제프 앳우드

인용문은 글에 다른 목소리를 섞어 넣는 도구다. 내 말만 이어지면 단조롭다. 다른 사람의 말을 빌려오면 — 글에 깊이가 생긴다. 문맥이 넓어진다.

표 🗂️

개발자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끝나지 않는 논쟁. 운영체제 전쟁:

OS 장점 단점
🍎 macOS 예쁘다, 유닉스 기반 비싸다
🪟 Windows 게임, 호환성 새벽 업데이트
🐧 Linux 자유롭다, 가볍다 블루투스가 안 된다

결국 다 쓴다. 가끔은 한 번에 세 개를 쓰기도 한다.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또 이상하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개발자란 원래 도구를 여러 개 쓰는 사람들이니까.

차트 📊

오늘 하루 내가 한 일을 대충 그려봤다:

코딩
4시간
디버깅
3시간
커피
회의
30분

커피는 수치화가 불가능했다. 하루에 몇 잔을 마셨는지 세는 걸 어느 순간 포기했다. 아마 네 잔쯤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다섯 잔이었을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 세지 말아야 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코드 🧑‍💻

인라인으로도 — console.log("안녕") — 이렇게 쓴다.

블록으로도 된다:

def 인사(이름):
    print(f"안녕, {이름}!")

인사("세계")
# → 안녕, 세계!

파이썬은 한국어 변수명을 허용한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런데 팀 프로젝트에서는 절대 쓰지 않겠다고 오래 전에 다짐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이 코드베이스를 읽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코드는 소통의 도구다. 언어 장벽을 만드는 순간 — 그건 더 이상 좋은 도구가 아니다.

하지만 개인 프로젝트라면. 혼자 쓰고 혼자 읽을 거라면. 한국어로 변수명을 짓는 건 꽤 재미있다. 뇌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목록 📝

오늘의 작업 순서:

  1. 마크다운으로 글을 쓴다
  2. npm run build를 돌린다
  3. git push
  4. 1분 뒤 자동으로 배포된다
  5. 만족한다

이 블로그를 지탱하는 네 가지: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이 네 가지를 지키는 게 가장 어렵다. 뭔가 추가하고 싶은 유혹이 계속 생긴다. 여기 애니메이션 하나, 저기 인터랙션 하나. 그런 것들이 쌓이면 블로그는 무거워진다. 방문자는 로딩을 기다리게 되고, 나는 유지보수에 시간을 쓰게 된다.

그래서 이 네 가지만 지키기로 했다. 단순함은 유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유지할 가치가 있다.

이모지 🎨

이모지를 적절히 쓰면 리듬이 생긴다 🎵

너무 많으면 산만해지고 — 🤯🌀✨💫🎉 — 이런 식으로 나열하면 눈이 피곤해진다. 그리고 글이 가벼워 보인다.

한 문단에 하나 정도 ☕️ 이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섹션 제목에 이모지를 넣는 것도 일종의 타협이었다. 제목만 봐도 그 섹션이 어떤 톤인지 짐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지한 기술 글에서는 이모지를 빼는 게 맞다. 이모지는 톤을 결정한다. 톤이 바뀌면 글이 바뀐다.

영상 🎬

글 중간에 영상을 넣으면 어떨까 싶어서 임베드를 넣어봤다:

영상은 강력한 매체지만 — 글의 리듬을 크게 끊는다. 한 번 재생 버튼을 누르면 독자는 더 이상 글을 읽지 않는다. 그래서 영상은 꼭 필요할 때만 넣는 게 좋다. 예를 들어 글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움직임이나 소리 같은 것들.

그리고 기본 유튜브 대신 youtube-nocookie.com 도메인을 썼다. 기본 유튜브 임베드는 방문자의 쿠키를 수집하고 구글 광고 서버에 요청을 보낸다. -nocookie 버전은 — 재생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는 — 아무것도 보내지 않는다. 이 블로그의 철학에 맞는 선택이었다.

두 개의 언어로 쓰기 🌏

이 블로그는 한국어와 영어로 쓴다.

처음엔 영어만 쓸까 고민했다. 독자층이 넓어지니까. 그런데 쓰다 보니 알았다. 어떤 생각들은 — 한국어로만 정확하게 표현된다. 반대로 어떤 개념들은 영어로 쓸 때 더 명료하다.

그래서 두 버전을 다 쓰기로 했다. 같은 내용이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번역이 아니라 — 재작성에 가깝다. 한국어 독자에게는 한국어 문장의 리듬으로, 영어 독자에게는 영어 문장의 리듬으로.

언어가 다르면 글이 다르다. 그게 번거롭지만, 그만큼 정성이 들어간다.

구분선

여기 위쪽은 블로그를 만든 이야기였다.


이제 아래는 다른 이야기다. 마무리 — 그리고 앞으로.

앞으로 🛣️

아직 쓰고 싶은 것들이 많다.

모든 글이 기술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블로그는 삶의 기록이지, 이력서가 아니니까. 가끔은 서울의 날씨나 지난 주말에 마신 커피에 대해 써도 괜찮다.

그리고 이 블로그는 완성된 것이 아니다. 앞으로 계속 바뀔 것이다. 지금 이 디자인도 6개월 뒤에는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괜찮다. 블로그는 정원이고 — 정원은 계속 자란다.

마무리 🌱

첫 글은 여기까지다.

블로그는 정원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천천히 — 조금씩 심어나가다 보면, 언젠가 숲이 된다.

오늘은 씨앗 하나를 심었다.

그걸로 충분했다.